ESSAY ARCHIVE

닦아도 중고지만,
매일이 새것 같아서

낡아가는 것들을 위한 사색 · 김원진

사물 하나를 오래 보면, 마흔의 내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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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2026. 7. 7.

출근길 30분,  멀어진 나를 다시 곁에 앉히는 시간 - 아델을 들으며 운전하는 동안 생긴 작은 습관

연재를 시작하며 닦고 또 닦아도 중고는 중고입니다. 그런데 매일 손에 쥐는 물건은, 어쩐지 매일 새것 같습니다. 스무 해 넘게 국어를 가르치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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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
2026. 7. 10.

단골 카페가 사라진다, 세 번째다. - 사라진 건 공간이 아니라, 거기 적어둔 한 시절의 나였다.

단골 카페가 일 년 뒤 문을 닫는다고 한다. 그러면서 주인은, 이제 이곳으로 향하던 발걸음도 슬슬 끊는 연습을 하라고 농담처럼 말을 흘린다. 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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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
2026. 7. 14.

삽십 년 묵은 차를 우리며,김동률을 들었다. - 사라진 뒤에도 여운을 남기는 것들에 대하여

모든 것은 제 향기를 품고 산다. 그리고 그 향기는 살아온 이력을 대신 말한다. '자주 꽃 핀 건 파보나 마나 자주 감자'라 했던 권태응 시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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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
2026. 7. 15.

화암사 가는 길 - 나를 만나려거든 그만한 노력은 들이라는 듯

계곡에 물놀이만 있는 건 아니다. 여름 한 철을 빼면, 계곡의 낯빛은 대개 적막하다. 그 적막은 아무것도 기다리지 않고 무엇도 준비하지 않는 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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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
2026. 7. 17.

와인도 섞는다는 걸, 마흔 넘어 처음 알았다. - 순정한 단일 품종이고 싶던 내가, 섞이며 편안해지기까지

얼마 전, 집안일로 내려온 동생이 화이트와인 두 병을 두고 갔다. 둘 다 뉴질랜드 와인인데, 하나는 '쇼비뇽 블랑'이라는 한 품종으로만 빚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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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
2026. 7. 20.

열어보지 않는 마음 - 견디지 못했다면 절대 경험할 수 없는 것들이 있다

툭, 툭. 5월이 지날 무렵 화단에서 진딧물과 노린재 새끼를 잡고 있는데, 매화나무 근처에서 무언가 떨어지는 소리가 났다. 돌아보니 어느새 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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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
2026. 7. 21.

상추를 심으려고, 잡초를 뽑았다 - 무언가를 살리는 일은 늘 무언가를 걷어내는 일이었

봄은 나를 들뜨게 한다. 사계를 겪어 온 몸의 습관인지, 봄볕을 쬐면 자꾸 무언가를 시작하고 싶어 좀이 쑤신다. 미루어둔 집 꾸미기도, 화단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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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
2026. 7. 24.

낡은 구두를 버리지 못하는 이유 - 아홉 켤레와 한 켤레 구두 이야기

언젠가부터 유행에 둔감해졌다. 정확히는, 유행보다 편안함을 좇게 되었다. 옷도 몸에 붙는 것보다 늘어난 뱃살을 너그러이 품어주는 쪽이 좋고, 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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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
2026. 7. 28.

스승의 퇴임을 기념하며 - 서툰 솜씨로 새긴 돌도장

몇 해 전, 존경하는 분이 교단을 떠나셨다. 교사이자 시인이셨던 그분은, 미뤄둔 시도 쓰고 텃밭도 일구며 인생의 2막을 보내실 거라 하셨다. 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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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2026. 7. 31.

여권에 첫 도장이 찍혔다, 낡은 나를 두고 왔다 - 타이완으로 떠나는 첫 해외여행기

가족의 첫 해외여행지로 타이완을 골랐다. 사실 떠나기 전부터 내 마음은 조금 어수선했다. 나이 오십이 되어서야 지난 49년의 삶이 그릇되었음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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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2026. 8. 2.

섬이 만든 골동 - 일상에서 벗어나고서야 깨달은 일상의 가치

일상은 ‘하루하루 매일 반복되는 보통의 일’이라고 사전에 나와 있다. 그러나 현실에 지친 이들이 그리워하는 일상은 단순한 반복이 아니라, 심리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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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2026. 8. 4.

그리움이 차려낸 제사 - 제사,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마음이 쌓여 하나의 몸짓이 되는 일

나이가 들수록 부모님과 함께하는 일이 줄어든다. 여든을 바라보는 두 분은 기력이 쇠해, 여행은커녕 가까운 나들이도 쉽지 않다. 그럼에도 남은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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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2026. 8. 7.

미리 쓰는 평론 - 시인이 걷는 길이 곧 시집이 된다.

“선생님, 하늘이 너무 좋아서 제가 날아가 버릴 것 같아요.” 봄이 움트는 3월, 시인을 꿈꾸는 아이가 찾아와 건넨 말이다. 이상한 게 아니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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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2026. 8. 11.

나한전 도록을 펼치며 - 창령사 터에서 발견한, 너와 나의 얼굴들

얼굴은 영혼이 지나간 흔적이자, 삶이 남기는 투명한 성적표다. 그 석상들에는 범접할 수 없는 권위나 종교적 근엄함 따위는 전혀 없었다. 그저 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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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2026. 8. 14.

그곳에는 여전히 물이 고여 있고 - 어떤 공간은 과거를 소환한다.

내가 전북 익산에 둥지를 튼 것은 정확히 40년 전의 일이다. 당시 우리 가족은 빚쟁이들의 서슬 퍼런 독촉을 피해 야반도주하듯 이곳으로 숨어들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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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2026. 8. 18.

버슴새의 추억 - 오래전 두고 온, 내 민낯의 시절을 떠올리며

사물놀이 공연이 이제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꽹과리잽이가 굿을 매듭짓기 위해 서서히 가락을 쪼개자 장구와 북, 징이 뒤따라 어깨를 들썩이며 속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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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2026. 8. 21.

사라진 마을을 찾아 걷다 - 뜨내기가 뜨내기를 맞는 공간, 어느 한옥마을 이야기

마을에는 오래된 것들이 있다. 골목길이 있고, 단골집이 있으며, 그곳을 지키는 토박이가 있다. 대동맥처럼 넓게 뻗은 큰길을 걷다 모로 돌아드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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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2026. 8. 25.

책장 속 데미안을 찾아 - 알을 깨고 나와 신에게로 날아가려는 어린 새의 이야기

《데미안》을 세 번째 읽는다. 오래전 고등학교에 갓 들어갔을 때, 나도 이제 제법 컸다는 티를 내기 위해 '서울대 추천도서 목록'에서 이 책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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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2026. 8. 28.

섬이 만든 골동 - 익숙한 곳에서 벗어나고서야 보이는 일상

일상은 ‘하루하루 매일 반복되는 보통의 일’이라고 사전에 나와 있다. 그러나 현실에 지친 이들이 그리워하는 일상은 단순한 반복이 아니라, 심리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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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2026. 9. 1.

가장 가까운 타인들 - 가족, 매일 조금씩 헤어지는 중입니다

매일 한 이불을 덮고 얼굴을 마주하면서도 가족이 서로의 영혼을 나누는 ‘소울메이트’가 되기란 쉽지 않다. 나와 가장 가까운 존재라는 이유로 오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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