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아가는 것들을 위한 사색 · 김원진
사물 하나를 오래 보면, 마흔의 내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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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를 시작하며 닦고 또 닦아도 중고는 중고입니다. 그런데 매일 손에 쥐는 물건은, 어쩐지 매일 새것 같습니다. 스무 해 넘게 국어를 가르치며 …
단골 카페가 일 년 뒤 문을 닫는다고 한다. 그러면서 주인은, 이제 이곳으로 향하던 발걸음도 슬슬 끊는 연습을 하라고 농담처럼 말을 흘린다. 습…
모든 것은 제 향기를 품고 산다. 그리고 그 향기는 살아온 이력을 대신 말한다. '자주 꽃 핀 건 파보나 마나 자주 감자'라 했던 권태응 시인의…
계곡에 물놀이만 있는 건 아니다. 여름 한 철을 빼면, 계곡의 낯빛은 대개 적막하다. 그 적막은 아무것도 기다리지 않고 무엇도 준비하지 않는 청…
얼마 전, 집안일로 내려온 동생이 화이트와인 두 병을 두고 갔다. 둘 다 뉴질랜드 와인인데, 하나는 '쇼비뇽 블랑'이라는 한 품종으로만 빚은 것…
툭, 툭. 5월이 지날 무렵 화단에서 진딧물과 노린재 새끼를 잡고 있는데, 매화나무 근처에서 무언가 떨어지는 소리가 났다. 돌아보니 어느새 꽃이…
봄은 나를 들뜨게 한다. 사계를 겪어 온 몸의 습관인지, 봄볕을 쬐면 자꾸 무언가를 시작하고 싶어 좀이 쑤신다. 미루어둔 집 꾸미기도, 화단 정…
언젠가부터 유행에 둔감해졌다. 정확히는, 유행보다 편안함을 좇게 되었다. 옷도 몸에 붙는 것보다 늘어난 뱃살을 너그러이 품어주는 쪽이 좋고, 신…
몇 해 전, 존경하는 분이 교단을 떠나셨다. 교사이자 시인이셨던 그분은, 미뤄둔 시도 쓰고 텃밭도 일구며 인생의 2막을 보내실 거라 하셨다. 제…
가족의 첫 해외여행지로 타이완을 골랐다. 사실 떠나기 전부터 내 마음은 조금 어수선했다. 나이 오십이 되어서야 지난 49년의 삶이 그릇되었음을 …
일상은 ‘하루하루 매일 반복되는 보통의 일’이라고 사전에 나와 있다. 그러나 현실에 지친 이들이 그리워하는 일상은 단순한 반복이 아니라, 심리적…
나이가 들수록 부모님과 함께하는 일이 줄어든다. 여든을 바라보는 두 분은 기력이 쇠해, 여행은커녕 가까운 나들이도 쉽지 않다. 그럼에도 남은 힘…
“선생님, 하늘이 너무 좋아서 제가 날아가 버릴 것 같아요.” 봄이 움트는 3월, 시인을 꿈꾸는 아이가 찾아와 건넨 말이다. 이상한 게 아니라고…
얼굴은 영혼이 지나간 흔적이자, 삶이 남기는 투명한 성적표다. 그 석상들에는 범접할 수 없는 권위나 종교적 근엄함 따위는 전혀 없었다. 그저 오…
내가 전북 익산에 둥지를 튼 것은 정확히 40년 전의 일이다. 당시 우리 가족은 빚쟁이들의 서슬 퍼런 독촉을 피해 야반도주하듯 이곳으로 숨어들었…
사물놀이 공연이 이제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꽹과리잽이가 굿을 매듭짓기 위해 서서히 가락을 쪼개자 장구와 북, 징이 뒤따라 어깨를 들썩이며 속도…
마을에는 오래된 것들이 있다. 골목길이 있고, 단골집이 있으며, 그곳을 지키는 토박이가 있다. 대동맥처럼 넓게 뻗은 큰길을 걷다 모로 돌아드는 …
《데미안》을 세 번째 읽는다. 오래전 고등학교에 갓 들어갔을 때, 나도 이제 제법 컸다는 티를 내기 위해 '서울대 추천도서 목록'에서 이 책을 …
일상은 ‘하루하루 매일 반복되는 보통의 일’이라고 사전에 나와 있다. 그러나 현실에 지친 이들이 그리워하는 일상은 단순한 반복이 아니라, 심리적…
매일 한 이불을 덮고 얼굴을 마주하면서도 가족이 서로의 영혼을 나누는 ‘소울메이트’가 되기란 쉽지 않다. 나와 가장 가까운 존재라는 이유로 오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