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AY ARCHIVE

닦아도 중고지만,
매일이 새것 같아서

낡아가는 것들을 위한 사색 · 김원진

사물 하나를 오래 보면, 마흔의 내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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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작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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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2026. 8. 11.

나한전 도록을 펼치며 - 창령사 터에서 발견한, 너와 나의 얼굴들

얼굴은 영혼이 지나간 흔적이자, 삶이 남기는 투명한 성적표다. 그 석상들에는 범접할 수 없는 권위나 종교적 근엄함 따위는 전혀 없었다. 그저 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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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
2026. 8. 14.

그곳에는 여전히 물이 고여 있고 - 어떤 공간은 과거를 소환한다.

내가 전북 익산에 둥지를 튼 것은 정확히 40년 전의 일이다. 당시 우리 가족은 빚쟁이들의 서슬 퍼런 독촉을 피해 야반도주하듯 이곳으로 숨어들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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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
2026. 8. 18.

버슴새의 추억 - 오래전 두고 온, 내 민낯의 시절을 떠올리며

사물놀이 공연이 이제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꽹과리잽이가 굿을 매듭짓기 위해 서서히 가락을 쪼개자 장구와 북, 징이 뒤따라 어깨를 들썩이며 속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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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
2026. 8. 21.

사라진 마을을 찾아 걷다 - 뜨내기가 뜨내기를 맞는 공간, 어느 한옥마을 이야기

마을에는 오래된 것들이 있다. 골목길이 있고, 단골집이 있으며, 그곳을 지키는 토박이가 있다. 대동맥처럼 넓게 뻗은 큰길을 걷다 모로 돌아드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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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
2026. 8. 25.

책장 속 데미안을 찾아 - 알을 깨고 나와 신에게로 날아가려는 어린 새의 이야기

《데미안》을 세 번째 읽는다. 오래전 고등학교에 갓 들어갔을 때, 나도 이제 제법 컸다는 티를 내기 위해 '서울대 추천도서 목록'에서 이 책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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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
2026. 8. 28.

섬이 만든 골동 - 익숙한 곳에서 벗어나고서야 보이는 일상

일상은 ‘하루하루 매일 반복되는 보통의 일’이라고 사전에 나와 있다. 그러나 현실에 지친 이들이 그리워하는 일상은 단순한 반복이 아니라, 심리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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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
2026. 9. 1.

가장 가까운 타인들 - 가족, 매일 조금씩 헤어지는 중입니다

매일 한 이불을 덮고 얼굴을 마주하면서도 가족이 서로의 영혼을 나누는 ‘소울메이트’가 되기란 쉽지 않다. 나와 가장 가까운 존재라는 이유로 오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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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
2026. 9. 4.

두한족열(頭寒足熱) - 낡은 상할머니방에서 맞은 신혼 밤 이야기

네 채의 가옥을 거느리고 있으면서도 우뚝 솟아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안동 봉정산의 완만한 능선과 어울려 앉은 고택. 신혼여행의 셋째 날 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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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
2026. 9. 8.

야쿠르트가 전해 준 작은 만남 - 아이들의 호기심이 이끌어낸 한 인간의 역사

알려진 사람이든 무명씨든, 한 명 한 명이 모두 움직이는 역사다. 사십이 훌쩍 넘은 이제서야 타인을 인지하고 관찰하기 시작한 내 깜냥으로는 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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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2026. 9. 11.

짝꿍이 사라진 교실, 2020년 코로나 시대 보고서 - 오직 생존만이 유일한 정의였던 시절

짝꿍이 사라졌다. 복도에서는 화장실에 가는 이들을 제외한 모든 이동이 금지되었고, 손을 잡거나 마주 보고 이야기하는 행위는 서슬 퍼런 통제의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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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2026. 9. 15.

무의식이 움직이는 시간, 66 - 66일이면, 습관이 아이를 구할 수 있을까

인간의 어떤 행위가 의식의 저항을 받지 않고 뇌의 기저핵에 완전히 각인되어 ‘습관’으로 굳어지기까지는 최소 66일의 시간이 필요하다. 영국 런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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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2026. 9. 18.

노차(老茶) - 오래 남는 것들

숙성된 차를 우릴 때, 찻잎이 태어난 고향을 묻는 일은 생각보다 중요하지 않다. 태생이 황실에 바치던 최고급 명산의 고수차(古樹茶)였든, 이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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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2026. 9. 22.

연필이 지나간 자리 - 필사와 암송, 불편함이 주는 진정한 공부 이야기

태블릿 화면 위를 매끄럽게 미끄러지는 손가락에는 아무런 저항도, 흔적도 남지 않는다. 클릭 한 번으로 온갖 지식이 복사되고 드래그 한 번으로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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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2026. 9. 25.

꼰대와 어른 - 매력 없이 멈춰버린 이, 꼰대

'꼰대'는 흔히 나이 든 이를 비하하는 말로 쓰이지만, 본질적으로는 매력 없이 늙어버린 사람을 뜻한다. 내가 생각하는 꼰대란, 행동보다 말이 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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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2026. 9. 29.

선(線)이 면(面)이 되는 순간 - 마이너스의 일상에 플러스의 시선 긋기

1930년대 미국, 사업가 헨리 필립스(Henry Phillips)는 공장의 조립 라인마다 나사못 머리가 뭉개지고 드라이버가 미끄러져 작업이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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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2026. 10. 2.

한 시간의 사유 - 반가사유상 두 점이 내게 건넨 미소

아이는 잠들면 천사, 눈뜨면 악마라던가. 아이를 키우는 동안 부부에게 오롯한 제 시간이란 거의 없다. 젊어 즐기던 취미는 접은 지 오래고,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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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2026. 10. 6.

세 번의 열무 - 사 먹었다면 결코 알지 못했을, 열무물김치의 맛

식탐이 많고 성미도 급한 내가, 굳이 제 손으로 해 먹고 싶은 음식이 하나 있었다. 열무 물김치다. 정확히는 그것으로 차려 낼 수 있는 여러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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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2026. 10. 9.

화암사 가는 길 - 현실에 지쳐 찾아든 늦여름의 나들이

계곡에 물놀이만 있는 건 아니다. 여름 한 철을 빼면, 계곡의 낯빛은 대개 적막하다. 그 적막은 아무것도 기다리지 않고 무엇도 준비하지 않는 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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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2026. 10. 13.

얼음이 다 녹도록 - 이십 년 전 시작했던 모임, 지금은 나 혼자 남았다

이제 갓 입사한 신입 시절 이야기다. 살면서 참 많은 사람을 만나는 것 같아도, 따져 보면 만나는 이도 머무는 자리도 늘 거기서 거기였다. 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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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2026. 10. 16.

앞으로 가지 않는 달리기 - 마흔 이후의 달리기는 도달이 아닌 생존을 목적으로 한다.

나는 이삼일에 한 번씩 뛴다. 마흔이 넘어서 하는 러닝은 더 이상 멋진 몸을 만들거나 즐거운 취미가 우선이 아니다. 몸은 지금을 유지하기만 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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